[서울=뉴시스] 조기용 수습기자=승강기로 타고 올라간 공과대학 건물에서 이어진 다른 동으로 갈 때 건물 간 층고 차이로 계단을 마주했다. 계단 앞에 '장애인 도움벨'이 있었지만 난간을 거쳐야했다. 2025.05.01. excusem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ㅣ "불편하다" 건의에도 승강기 없는 건물들 여전
ㅣ 승강기까지 차도·오르막 우회해야 하는 곳도
ㅣ 전문가 "승강기 설치 위한 제도적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조기용 수습 기자 = 해마다 장애인들의 대학 진학율이 증가하지만, 장애 대학생을 위한 각 대학의 이동권 보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내 일부 건물에 승강기가 없어 수업을 위한 이동에 불편함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뉴시스는 서울권 모 대학 정치외교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조재호(25)씨를 만났다. 뇌병변 지체 중증 장애가 있어 이동의 어려움을 겪는 조씨는 대학 내 건물에 승강기가 없는 건물이 많아 접근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우선 조씨와 함께 그가 가장 자주 오고가는 사회과학대학 건물을 찾았다. 지하 2층, 지상 7층로 이뤄진 이 건물은 장애인용 승강기 두 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1층에는 경사로 없는 계단이 설치돼 있어 승강기를 타기 위해서는 인도가 없는 지하주차장이나 약 100m 경사로를 올라가 2층 뒷문으로 가야 했다.
그러나 이동을 위해 지하주차장을 이용하기에는 보행자 구분을 위한 통로나 표시가 없어 장애 대학생들이 통행하기 위험한 부분이 많았다. 승강기 탑승구간에는 단차가 있어 휠체어가 걸릴 우려도 있었다.
지상 5층의 총 4개 동으로 이뤄진 공과대학 건물은 장애인 승강기가 설치됐고 1층 역시 경사로로 진입이 가능했지만, 2층부터는 건물 간 층고 차이로 인해 계단을 거쳐야 했다. 계단 앞에는 '장애인 도움벨'이 설치돼 있었지만, 벨에 닿기까지 난간이 설치된 곳도 있어 사실상 접근이 어려웠다.
이후 방문한 문과대학 건물은 2개 동이 각 지상 6층, 3층으로 이뤄졌고 승강기가 있었지만 연결통로의 철문이 '방화문 상시 닫힌 상태 유지' 안내문이 부착된 상태로 닫혀있었다. 또 장애근로학생 티오(TO)가 있는 본관에는 막상 승강기가 없었다. 조씨 또한 장애근로학생을 신청했을 당시 "이동에 불편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조씨는 "휠체어로 경사로를 갈 때 어깨가 아프고 여름에는 땀이 뻘뻘 난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장애학생이 많아 개선되고 있지만 사소하게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 측은 "아직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이 일부 남아있으나 순차적으로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지원센터의 장애빅데이터플랫폼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장애대학생은 9824명에 달한다. 이중 지체장애 학생은 3802명으로 전체의 약 38%를 차지한다.
장애대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서는 강의실 이동을 위한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조씨가 재학 중인 대학처럼, 다른 대학에서도 승강기가 미설치된 건물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전국 대학 중 중증 지체 장애학생 수 기준 상위권 대학 9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건물 401개 중 99개에 승강기가 설치돼있지 않았다. 이 9개 대학에 재학 중인 중증 지체 장애학생 수는 242명에 달했다. 일부 대학은 "1층에만 이용 공간이 있다"거나 "다른 대학 대비 지체 장애학생 수가 많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처럼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건물들이 적지 않은 까닭은, 현행 건축법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건축법은 제64조 1항에서 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이 2000㎡ 이상인 건축물에만 승강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5층 이하의 건물에 대해서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이 건축법을 준용해 편의시설 설치를 규정하고 있지만 대상에는 승강기 뿐 아니라 장애인 이용에 편리한 구조의 계단이나 휠체어 리프트, 경사로 등이 포함돼 계단만 설치돼도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각 대학 장애학습지원센터는 장애학생 간담회, 승강기 설치 예산 확보 등을 통해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승강기가 없는 건물에 수업이 배치될 경우 강의실을 옮기는 '우선배정제도', '1층 우선배치' 등의 지원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승강기 설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일 삼육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라는 본질적 특성상, 그 어느 기관보다도 장애인의 접근성 및 편의시설의 확충에 있어 모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짚었다.그러면서 "대학 내 교사시설 모든 곳에 접근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승강기의 설치가 우선 요구되며 이를 설치하기 위한 교육부와 국토부 등 관련부처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승강기 설치 의무화를 위해 건축법을 개정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 학장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있다면 건축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내진설계에 포함되지 않은 건물에 대해 내진보강을 해주고 있는데 장애인 이용시설, 특히 학교에 대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뉴시스(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502_0003163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