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체 관계자로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 대한 설명을 듣는 대전맹학교 학생들의 모습 © 대전맹학교 제공
[브레이크뉴스 정지완기자]
대전 지역 시각장애 학생들이 디지털 소외를 넘는 뜻깊은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대전맹학교(교장 문성준)는 화면해설 동아리 소속 학생들과 교직원 등 8명이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카이스트 학생 식당 내 롤링파스타 매장을 찾아, 장애인 친화형 주문 시스템인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시연했다고 8일 밝혔다.
키오스크는 무인으로 주문과 결제를 처리하는 정보 단말기로,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일상화된 기기다. 하지만 대다수 제품은 비장애인 중심의 UI(User Interface)로 설계돼 있어, 시각장애인과 같은 디지털 약자에게는 접근 자체가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날 학생들이 사용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는 이러한 기존 한계를 고려해 설계된 기기다. 음성 안내 기능은 물론, 화면 확대와 고대비 모드, 점자 안내, 손끝으로 조작 가능한 터치패드, 그리고 휠체어나 저신장을 고려한 낮은 위치의 버튼 배치까지,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노인과 다양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한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이 기기를 체험한 한 시각장애 학생은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해서 따라왔는데, 이렇게 전문적인 설명을 들으며 직접 기기를 사용해보니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며 “두려움 없이 혼자서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방문은 대전 동구의 보조금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대전맹학교 화면해설 동아리는 실제 체험 중심의 베리어프리 콘텐츠 활동을 계획하던 중 롤링파스타 카이스트점, 그리고 키오스크 개발 업체의 협조를 받아 행사를 성사시켰다. 해당 매장은 지난 2월 문을 열며 이 키오스크를 도입했으며, 학생들의 방문 소식을 접한 이후 제작사와 직접 연계해 시연회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올해 1월 28일부터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 사업장(50㎡ 이상, 종업원 100인 미만)에서 베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가 의무화된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소상공인의 비용 부담과 현장의 혼란을 감안해 설치 의무 기준을 일부 완화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법적 기준은 마련되고 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여전히 한계와 간극이 존재한다.
문성준 대전맹학교 교장은 “우리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아직도 키오스크 앞에 서면 막막하고 긴장하게 된다”며, “법적 규정이 마련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접근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도 현실적 여건에 맞춰 베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점진적으로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체험은 단순한 시연을 넘어, 시각장애 청소년들에게 기술과 일상생활이 연결되는 실제 감각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더불어 사회 전반의 디지털 포용성과 사용자 중심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현장이기도 했다.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 소수자의 권리를 기술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이제 현장에서부터 찾아야 할 때다.
출처 : 브레이크뉴스(https://breaknews.com/1131257)